BLOG main image
종교적 인간탐구 (519)
사색 (340)
사진 (63)
공동체/인터뷰/토론 (17)
말씀새김 (6)
칼럼 (39)
여행 (30)
기도 (17)
음악 (7)
공부 (0)


rss
tistory
2010/01/01 01:14

 

Aurangabad
(200년 1월 24일: Aurangabad Caves - Bibi Ka Maqbara - Panchakki - Bhusaval)

꿈. 이런저런 일로 급히 한국에 다시 돌아갔다. 서둘러 일을 마치고 인도로 돌아오려는데, 공항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혔다. '이건 꿈일 뿐이야' 라고 부정하자, 꿈은 더 그럴듯한 현실처럼 디테일을 보여준다. 비행기표에 선명하게 타자되어 있는 시간. 하지만, 마침내, 인도에 있고 싶어하는 의식의 강력한 부정이, 꿈에서 깨어나게 한다. 창문 밖, 밤새 이슬에 젖은 세계가 촉촉한 표정으로 인사한다. '아, 여기는 인도!'

Aurangabad Caves

아침을 먹고 오랑가바드 석굴로 향했다. 시내에서 20분정도 달리니 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산 중턱에 B.C.E. 6, 7세기에 조성된 오랑가바드 석굴군이 나타났다. 이른 아침이라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햇살은 따갑다.

이 석굴군은 모두 불교 유적이다. 아잔타 석굴을 다 지은 불자들이 이곳에서 제 2의 석굴조성을 시작했다가, 바위의 질이 좋지 않아 엘로라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일종의 '과도기 석굴군'이다. 석굴은 크게 Western Caves(1-5)와 Eastern Caves(6-10)로 구분된다. 이 시기는 탄트릭 불교의 영향이 있던 굽타시대여서, 그 흔적들이 유적에 반영되어 있다.

먼저 서쪽의 석굴군을 방문했다. 서편 세 번째 석굴은 비하라인데, 석주들에 새겨져있는 농경 상징들(물, 식물, 꽃 등)이 인상적이다. 석굴 조성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민간 신앙을 반영하는 흔적이다. 다섯 번째 석굴은 미완인 채로 남아있다. 이 미완의 흔적을 통해 당시의 석굴 조성이 위에서 아래로 파 내려오면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ancing Girl


동편 석굴군 중 6번 석굴에는 독특한 헤어 스타일을 한 여인상과, 천장의 만다라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입구 우편에 '잠발라'라는 풍요의 신이 조각되어 있는데 이 역시 노동자들의 민간신앙을 반영하는 흔적이다. 석실 내부의 악사들과 춤추는 여인의 조각은 싯다르타가 출가하지 못하도록 유혹하는 걸 형상화한 것이다. 관능적이고 아름답다. 강력한 유혹이다.  

오랑가바드 동편 석굴


석굴군에서 나오다 우측 계단으로 올라가면 스쳐 지나가기 쉬운 승원이 있다. 수행자들이 공부하고 명상하며 생활했을 그 작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보게 되는 고원의 황량하면서도 평화로운 풍경이 그림같다. 이상하지? 절경을 보면 "그림같다"고 하고, 리얼한 그림을 보면 "사진같다"고 하고.

10번 석굴의 '미완'의 붓다상. 마음에 더 다가온다. '되어가고' 있음, 그 '가능성'이 용기를 주는 때문일까.

오랑가바드 석굴에서는 '속세'가 보인다. 오랑가바드에 살던 불자들도 멀리 산 중턱에 있는 이 석굴을 늘 지켜보았겠지. 산중에 있으면서도 산중불교의 고립이 없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속세와 관계 맺고 있는 긴장감이 좋다.

Bibi-Ka-Maqbara

"Baby Taj Mahal", "Poor Man's Taj Mahal"이라는 별칭답게 아우랑제브의 아내 Rabia-Ud-Daurani의 무덤 Bibi-Ka-Maqbara는 샤자한이 지은 타지마할을 본땄지만 그 예술적 완성도나 재질은 타지마할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타지마할을 보기 전이므로 그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Bibi-Ka-Maqbara는 기단부와 Dome만 흰 대리석이다. 사치를 반대했던 아우랑제브의 검소함(?) 때문이라고 한다.

무덤 오른쪽에는 모스크가 있다. 재미있는 건 중앙부 주변의 네 탑이 바깥쪽으로 5도 정도 기울어 있는 것이다. 지진이 날 경우 바깥쪽으로 넘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무덤 내부의, 하나의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창살의 정교함이 대단하다. 이런 거대한 건축물을 '검소하다'고 표현하는 과거 인도인의 건축이란...

Bibi-Ka-Maqbara


무덤 옆 모스크의 키볼라


Panchakki 

Panchakki("water wheel")은 6km 떨어진 강의 물을 끌어와 조성한 공원이다. 1744년에 건축된 이곳에는 아우랑제브의 스승인 수피 Baba Shah Nuzaffar의 묘가 있다. 연못에는 검은 물고기들이 가득하다. 소름이 돋는다.

Sarees Himroo

사리 가게를 방문했다. 들어가자, 갑자기 사리를 짜고 있던 도중이었던 것처럼 어색한 '시늉'을 한다. 좋다. 그렇게 만든다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사리는 미리 디자인된 종이를 대고 그 위에 천을 짜는 데, 무늬가 정교하고 아름답다

Bhusaval 가는 길


                      
인도인에게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것은 이들이 살고 있는 자연환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다른 쪽에서는 꽃이 진다. 한쪽에서는 밀이 수확을 기다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새로운 씨앗을 심기 위해 땅을 갈아 놓는다.
                      
보팔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들른 부사발은 인도의 그늘을 보여준다. 시커멓게 썩어 흐르는 개천, 오물이 가득한 거리. 구정물을 뒤집어쓴 돼지들이 이리저리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닌다. 사람들의 표정에서도 평온을 느낄 수 없다. 도시 전체가 병을 앓고 있는 것 같다. 부사발 역에 들어서니 소와 개들이 어슬렁거리는 철로에 인분이 군데군데 쌓여 있다. 이 역시 인도다.

Bhopal 가는 기차에서

Karnataka Express, 침대칸. 창 밖에는 어둠 뿐이다. 규칙적 흔들림 따라 밤은 깊어가지만 시간은 더욱 느려진다. 이 느림의 느낌이 행복하다. 아, 빠름의 중독에서 벗어났다.
                
기차는 남부 벵갈로르에서 북부 뉴델리에 이르는 1,500km의 일부를 달리고 있다. 현재 4시간째. 은근히 브라만 계급 출신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가이드 아킬의 라이프 스토리를 듣느라 잠을 못 잤더니 조금씩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아직도 한 시간은 더 가야 한다.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