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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1 03:15

Delhi
(2000년 2월 4일)

Raj Ghat  



위대한 영혼 간디를 만나러 라지 가트에 갔다. 1948년 1월 30일, 뉴델리에서 힌두 극우파에 암살당한 간디의 육신을 화장했던 곳이다. 그의 몸을 화장한 터에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기념물이 놓여 있다. '헤 람'(오, 신이여!)이라고 새겨져 있는 그 앞에서 잠시 기도했다. 길희성 선생님은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간디는 예수 이후 가장 위대한 인간"이라고 말씀하셨다. 공감. 억압의 세계에 맞서 영혼으로 싸운 사람. 라지 가트 옆 간디 연구소에 붙어 있는 "My life is my message" 라는 글이 마음을 울린다.

National Museum   

소장품들 중 인상깊었던 몇 가지.

"Asita's visit to Suddhadhana". 1세기 경의 석조 조각으로, 붓다 탄생시 방문한 아시타 성인의 설화를 형상화한 것이다. 평면에 가까운 석판에 입체적으로 원근감을 표현한 것이 무척 아름답다.

"Woman in grief". Sarnath에서 출토된 B.C 2세기 조각으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앉아있는 여성의 형상이다. 2천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도 여전한 슬픔의 진동.  

"Huntress". 12세기 경에 만들어진, 활을 들고 있는 여성의 조각이다. 아름다움과 힘이 함께 있다.

12세기의 청동상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손끝' 묘사가 절묘하자. 손에도 표정이 있다.

대통령궁, 국회   



다양한 민족, 넓은 지방, 엄청난 인구를 조율하며 '하나의 인도'를 유지해가는 저력을 느끼게 하는 웅장한 건물들이다. 아쉬운 건, 건물들의 양식이 서구적이라는.  



India Gate   



인도문은 독립을 기념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알고보니 1차 세계전쟁에서 영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9만명의 인도인 병사를 위한 문이다. 죽은 장병들의 이름이 벽면에 새겨져 있다.  

Quwwat-ul-Islam Mosque

이곳은 역사적인 종교갈등의 현장이다. 노예왕조의 Qutb-ud-din Aibak이 그 자리에 있었던 27개의 힌두, 자이나 템플을 허물고 그 해체된 벽돌로 세운 모스크이기 때문이다.


사원 기단부의 가네쉬 신상, 좌측 하단


사원 기단부에 가네쉬상 하나가 박혀 있다. 무슬림들에 의해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철책 안에 보호되고 있는 이 가네쉬상은, 과거 모스크 건립에 동원된 힌두 노동자들이 의도적으로 박아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사원 게이트들의 문양들도 힌두의 상징들이다. 자신들의 신앙 상징들을 이슬람 상징들 사이에 교묘하게 배치해 놓은 것이다. 하나의 종교적 저항이다.



사원 옆의 72.5m 높의의 석탑 Qutab Minar도 힌두교와 이슬람의 양식이 혼합된 모습이다. 원래 힌두 탑이었던 것을 1193년, 노예왕조의 아이박이 이슬람의 승전을 기념해 외벽에 꾸란의 문구를 도안한 조각들을 덧붙였다.



사원 마당의 쇠기둥은 세계 7대 불가사의중 하나다. 높이 7.2미터의 단순한 형태이지만, 여기에 새겨진 여섯 줄의 산스크리트어에 의하면 굽타왕조(4세기)의 Chandragupta 2세(375-413)를 기념하여 비슈누사원 마당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 시대에 100%에 가까운 순도를 지닌 철기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지금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Humayun's Tomb  



타지마할보다 1세기 먼저 건축된 후마윤의 무덤이다. 그의 아내 Haji Begum이 1565년에 완성했다.  붉은 사암과 하얀 대리석의 조화가 아름답긴 하지만, 날씨 탓인지, 조금 황량해 보인다.

Red Fort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샤자한은 수도를 아그라에서 이곳으로 옮기기 위해 이 성을 건축했다. 붉은 성이라는 이름은 붉은 사암으로 쌓은 높은 성벽 때문이다.

Diwan-i-khas에는 "이 지상에 만일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이곳, 그곳은 이곳"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곳은 샤자한이 자신을 위해 만든 '천국'이었다. 하지만 천국의 주인은 자기 아들의 반란으로 권력을 잃고 쓸쓸하게 죽어갔다.  

성 한켠에 왜소하게 서 있는 'Moti Masjid'. 아우랑제브가 개인 기도실로 세웠다고 한다. 향락과 사치에 탐닉했던 부왕을 제거하고 형제들마저 죽여버린 잔인무도하고 비정한 왕 아부랑제브. 그러나 무슬림들은 그를 '경건한 아우랑제브'라고 부른다. 경건과 피...  

Shri Lakshmi Narayan Mandir  





현대 힌두교의 자유분방함과 화려함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원이다. 1938년에 세워진 건물을 1989년에 새로이 개축한 사원으로, 샌드스톤의 전통적 색감을 의식해서 칠한 외벽이 인상적이다. 주신은 Vishnu인 Larayan과, 그의 아내이자 부의 여신인 Lakshmi이지만, 다른 힌두 신들도 숭배한다. 종교나 신분에 관계없이 사원을 공개한다. 강당에서 드럼과 악기의 흥겨운 음악과 함께 구루가 신도들에게 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즐거워보인다.

Jama Masjid



인도 이슬람을 대표하는 모스크이다. 과거 샤자한의 '마지막' 건축물이었다고 하는데, 인도와 이슬람 건축양식이 융합된 무굴양식의 대표적 건축이다. 한꺼번에 2만여명이 집회를 할 수 있을만큼 규모가 크다.


무함마드의 수염


모스크 안에서 이슬람의 성스러운 유물들을 보았다.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가 만들었다는 꾸란의 일부, 진공관 안의 필라멘트처럼 곧게 서 있는 무하마드의 수염 한 가닥, 그가 신고 다녔던 신발, 그리고 그가 서 있는 자리의 바위가 녹아 생겼다는 발바닥 모양이 찍힌 대리석 등. 아이콘이나 이미지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슬람도, "보여지고 만져지는 것"에 대한 이끌림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나 보다.  

델리 시내에서  

시내의 붉은 신호등에는 'Relax'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강압적인 명령 조의 'stop'보다 훨씬 친절해서 좋다.  

"Green Delhi"라는 표어들이 많다. 인구 1,800만의 수도 델리에 나무도 1,800만 그루가 있다고 한다.  실제로 나무들이 무척 많다. 그 때문인지, 델리의 공기는 다른 도시에 비해 더 맑은 것 같다.

저녁 7시. 밤 기차를 타고 암릿차르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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