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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19:27


연세가 여든에 가까운 할아버지 진은 컴퓨터는 물론 온갖 전동, 전자 기계에 대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컴퓨터만 해도, (뭘 잘 모르는^^) 미국 친구들로부터 컴퓨터 위즈(wiz, 귀재)라는 소리를 듣는 저도 헤매는 문제들을 금새 해결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물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모든 걸 다 잘 아세요 (...그 연세에)?" 그가 답했습니다. "간단해. 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거기에 쓰여 있는대로 따르는 거야. It's simple; I read the instruction manual carefully and follow that exactly." 그의 단순하고 평범한, 그래서 더욱 힘이 있는 답변에 제 정신이 공명했습니다. 사실 저는 설명서를 깊이 읽지 않습니다. 대신, 이전의 같은 혹은 비슷한 경험들에서 획득된 감(感)에 의지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늘 이전 기술과 형식, 내용 양면에서 어느 정도의 연속성을 유지하며 진보하는 것이기에 그런 감이 통할 때가 많으니까요. 윈도우즈 Vista와 윈도우즈 7의 관계처럼요. 하지만, 이전 기술과의 급진적 단절이 있는 경우 감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를 지니게 됩니다. 연속성의 부재로 인해 혼란에 빠지게 되는 거죠. 그런 저와 달리 진은 설명서에 쓰여 있는 모든 것을 늘 깊이 읽고, 확인하고, 검토한 후 실행합니다. 그러니, 실수를 범하거나 혼란을 겪는 일이 없습니다. 

구도적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 오는, 혹은 새롭게 주어지고 있는 지혜의 가르침들, 즉, 인생의 의미와 목적을 알려 주는 '영적 설명서'들을 꼼꼼히 읽고, 성찰하고, 생활에 적용할 때 비로소 깨달음과 해방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겠지요. 하니, 인간과 세계에 대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거룩한 독서)를 더욱 깊이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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